여러분은 다음과 같은 개념에 익숙해져 있을 것입니다.

"잘했을 때는 상을 주고 못했을 때는 벌을 주라"

즉, 당근과 채찍의 논리입니다. 

이것은 수많은 교육자들과 경영자들, 그리고 자식을 교육하시는 학부모님들도 자주 사용하시는 방법입니다.


이런 논리가 공부로 좁혀지면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옵니다.

"하고자 하는 공부를 다 했을 때에는 자신에게 먹을 것, TV보기 같은 상을 줘라." 

다음과 같은 말을 하는 멘토들이 매우 많습니다.
습관 형성 전문가들도 위와 같은 말을 많이 하죠.



그런데 전 어렸을 때부터 이런 방법이 저에게 와닿지 않았습니다.
정말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저 자신의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그게 효과적이었던 적은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1시간 공부를 한 후 게임이라는 보상을 주었을 경우에는...
전 그 보상이 너무 달콤하여 공부를 더 힘든 것으로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점점 더 공부시간은 집중을 안하게 되고 게임 시간만 기다리게 되었죠.
제가 공부를 끝마치고 저 자신에게 보상을 주었을 때 
제가 효과를 보았다고 느낀 적은 매우 적었거든요.

게다가 게임하는 것 같은 보상이 주어지지 않으면...공부는 절대 자연스레 하지 않게 됩니다.
공부는 마치 '하기싫은 것'처럼 되어 버리는 것이죠.


벌을 주는 것도 저에게 효과가 없었습니다.

예를 들어서 어떤 사람이 저에게 뭣 좀 제대로 하라고 윽박을 지른다면, 
전 저 자신에게 주눅이 들어서 더 일을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물론 그런 경우는 많지 않았습니다만..)

또한 다른 사람에게 제대로 살고 있다고 증명받기 위해서
그 사람이 원하는 일을 하게 되고.. 저의 본모습을 잃어가는 경우가 매우 많았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상과 벌'이 좋다고 말하더라도
저 자신에게 '상과 벌'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공식과 논리였습니다.
그래도 하도 사람들이 상과벌이 효과적이라고 하니까...다른 사람들은 그런가보다, 나만 이상한가보다 하고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흥미로운 것이 있었습니다.
제가 대학원에 가서 이런 저런 심리학 책과 논문들을 접하게 되었는데...
제가 생각했던 것이 맞았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보상과 처벌은 아무런 쓸모가 없는 경우가 매우 많았습니다!
오히려 해가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서 MIT에서 한 유명한 실험이 있는데,..
특정 일을 작은 보상, 중간 보상, 큰 보상 세 가지로 나누어 사람에게 일을 시켰습니다.
그러자 큰 보상을 받은 사람이 더 낮은 생산성을 보였습니다.
이것은 미국이 아니라 인도에서도 그러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실험은 40년이나 이루어져 왔고 매번 그 타당성을 증명했습니다.



그런데 그렇다면..
도대체 '왜' 당근과 채찍 이론이 그렇게 우리 사회에 범람하게 되었을까요?

그것은 당근과 채찍이 실제로 쓸모 "있어서" 그랬습니다.

20세기 산업사회 때는 단순반복노동과 업무가 중점이 되었습니다.
단순업무와 같이 명확히 목표와 방법이 주어진 업무에서는 잘했을 때는 당근을 주는 방식이 통했습니다.
보상을 준다고 말하면 시야를 좁혀 단 하나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주거든요.
실제로 아주 단순한 실험을 할 때에는 보상을 높일 때마다 효율이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21세기 정보화 사회이고, 단순 업무보다도 창의성이 필요한 업무가 많습니다.
그래서 창의적인 업무에서는...높은 보상이 시야를 좁혀...다른 것들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오는 것을 방해하게 됩니다.
이 경우에는 오히려 높은 보상이 해가 되게 됩니다. 효율이 낮아지죠.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1.  일단 자신에게 보상을 주어야 하는 이론에 얽매이지 않아도 됩니다.
꼭 보상을 주지 않아도 충분히 여러분은 잘 해나갈 수 있는 잠재력이 있습니다.

당근과 채찍 대신에 여러분이 알아야 할 또 다른 동기는 바로 여러분 자신에게서 우러나오는 동기입니다.
그리고 그 동기는 다른 어떤 힘보다도 강력합니다. 
공부나 다른 어떤 일을 할 때에도
이것을 하면 어떤 것을 내가 얻을 수 있을지 계산하는 대신,
그 흐름에서, 과정에서 의미를 찾고 깨어있을 수 있도록 노력하십시오. 
자세한 것은 예전에 쓴 '공부를 즐기는 법' 칼럼을 참조하세요..
주소 : http://gongsin.com/131425



2. 필요한 상황에서는 상과 벌을 슬기롭게 이용하세요. 
전 당근과 채찍 이론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무조건 옳다고 숭배하는 것을 경계하는 것입니다.
하는 법이 확실하게 알려져 있고 그것에만 집중해야 하는 것이 있다면 상과 벌을 이용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단순하게 영어 단어를 암기할 때가 그러합니다.
이런 것은 탈진하지 않게 적절한 보상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너무 자주 이용하지 말길 바랍니다.
당근과 채찍 방식은 무의식적으로 공부를 '싫은 것'으로 인식시키기 때문입니다.

또한 요즘 수능은 단순한 생각 이상의 아이디어를 필요로 할 때가 많으며 
수능이 끝난 후 여러분이 마주치게 될 현실은.. 더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3.  여러분에게 상과 벌로 위협하는 사람에게 흔들리지 마십시오.
여러분이 아직 철이 안들었다고 위협한다고 해서 억지로 여러분 자신을 바꾸려고 하지 마십시오.
누가 뭐라든 여러분의 삶이 옳다 생각하고 그 길을 꿋꿋이 나아가길 바랍니다.
모든 것은 천천히 변합니다.
3개월만에 변하지 않는다고 해서 여러분이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죄책감은 절대 갖지 말길 바랍니다.
개인의 진정한 힘은 다른 사람의 목을 조르는 능력에 있는 게 아니라,
죄책감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지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4. 제발 꿈을 자신을 채찍질하는 용도로 사용하지 마십시오.
미래의 꿈을 위해 현실을 희생한다는 것이.... 대표적인 당근과 채찍의 논리입니다.
꿈은 여러분 내면에 있는, 사라지지 않는 느낌입니다.
꿈은 하나가 아니라 여러개일 수도 있으며, 큰 것 뿐만 아니라 작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지금 현실에서 의미를 찾으십시오.




+더 보기

다니엘 핑크.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미래학자입니다.
다음은 이 사람의 '당근과 채찍'에 관한 강연입니다. 시간 있으신 분들은 한번 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

참고로 다니엘 핑크는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었답니다.

"스무 살에 이걸 하고 그래서 다음에 이걸 하고…, 하는 식의 계획은 내가 볼 때 완전히 난센스다.
 완벽한 쓰레기다. 그대로 될 리가 없다. 
세상은 복잡하고 너무 빨리 변해서 절대 예상대로 되지 않는다. 
대신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고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라. 그래서 멋진 실수를 해보라. 
실수는 자산이다. 대신 어리석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고, 멋진 실수를 통해 배워라." 

(View subtitle -> Korean 으로 해서 보세요..!)




이와 관련된 책을 한권 추천하자면.....

(Carrots and Sticks Don't Work.

왜 당근과 채찍이 소용없는지 얘기하며 대안을 얘기하는 책입니다.

한국어로는 아직 번역판이 안나왔는데...

나중에 기회 되면 한번 읽어보세요..!)


Posted by 박현수4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