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달 동안 푹 빠졌던 <낭만닥터 김사부 3>가 종영했다.
나는 원래 드라마를 잘 안 본다. 한번에 쭉 볼 수 있는 끽 해야 2시간인 영화는 좋아하는데 드라마는 작품 전체에서 보면 별 것 아닌 자잘한 기승전결이 너무 많고 한 회차의 마지막에는 다음 회차를 궁금하게 해놓고 길게 기다리게 하는 것이 싫었다.
그런데 낭만닥터 김사부는 수업 시간에 교수님께서 호평하셔서 보게 되었고 내가 관심 있는 소재, 매력적인 캐릭터, 긴장감 있는 연출 등으로 지루할 틈 없이 봤다.
그게 벌써 7년이 지났다. 시즌1 때는 꿈이 많은 본과 1학년이었고, 시즌2 때는 실기 떨어지고 자신감이 바닥 친 재수생, 시즌3 때는 주류 의사사회에서 한발짝 떨어진 채 2년 여를 보내다 소집해제를 앞두고 진로 고민이 많은 공보의 3년차였다.
낭만닥터 김사부를 볼 때면 항상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라는 생각이 꼭 든다.
그 다음 꼬리를 무는 생각은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다.
소위 바이탈 써저리라고 불리는 NS, CS, GS는 그 난이도와 업무 강도가 극악이라 어지간한 의사들도 기피한다. 그런데 나이 많고 지사의 출신에 실기도 떨어졌었던 내가 잘 할 수 있을지....
하고 싶은 건 반드시 하는 도전정신을 세상에서는 정답처럼 말하고 고평가한다. 하지만 열정만으로 안 되는 영역도 있는 것 같다. 내가 느끼기엔 의학, 의료가 그렇다.
내년이면 높은 확률로 나도 인턴을 하게 될 것 같은데 평소에는 별 생각 없이 살다가도 인턴 하고 있는 지인들과 가끔 연락이 닿고 인턴 하고 있는 소감(?)을 들으면 겁이 난다. 의사 면허 취득까지, 혹은 공보의 복무까지 큰 어려움 없이 마친 사람들도 인턴은 힘들어하고 자괴감을 느낀다. 심지어는 중도포기하는 사람도 적지 않게 있다.
지금은 뭘 해야 될까 고민이 많이 된다.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면 공보의 때는 그냥 원 없이 놀라고만 한다.
인턴 업무를 여유 있을 때 미리 준비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런 방법은 없는 것 같다.
바다와 나비
아무도 그에게 수심(水深)을 일러준 일이 없기에 흰 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청(靑)무우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공주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삼월(三月)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