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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내 이야기/마음가짐 2013. 12. 25. 13:20



안녕하세요 공신 사이트 회원 여러분.

세상 모든 이들에게 멘토 한명씩을 만들어주겠다는 소망을 갖고
공신 활동을 하고 있는 컨텐츠부 9기 박현수입니다.

음.
올해도 어김없이 크리스마스에 칼럼을 쓰는군요.
작년에도 그랬고, 재작년에도 그랬습니다.
예수님의 생일인 성탄절이 왜 연인들을 위한 날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모쏠인 저는 이 시기에는 할 일이 공신의 사명(지역과 빈부에 상관없이 공부를 통해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룰 수 있게 한다!!)을 위한 일밖에 없네요.



오늘 아침에도 일어나자마자 어김없이 사이트 모니터링을 하는데,
공신 공부법 칼럼 게시판에 눈에 띄는 글이 하나 있었습니다.
만약 제가 이 칼럼을 다 쓰는 동안 누군가가 칼럼 한 편을 쓰지 않는다면 제 글 바로 아래에 있겠죠.

글제목에는 [필독]이라는 말머리가 달려있었고,
작성자가 강의촬영 참관 때문에 최근에 연락을 몇번 주고 받은 친구라 안 읽어볼 수가 없었죠.

그 글의 내용은 지금까지 공신 사이트에 숱하고 올라오던 유형의 글 중 하나였습니다.

주변의 무시를 받은 사건이 생기고,
그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어,
앞으로 구본석 공신님처럼 미친놈이 되어서,
남들에게 보란듯이 성공을 하는 계획을 하고 있으니,
그 결심을 만천하에 공개를 하고 지켜봐달라는 내용을 담은
그런 다짐의 글이었죠.

그 글을 다 읽고.
무슨 말을 해주어야 할까.....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지금까지 이런 유형의 글들을 보면 
그 학생들이 원하는대로 듣고 싶은 소리를 해주었습니다.
하지만 인생을 살면서 나이를 더 먹은 지금,
멘토링 경력과 내공 자체도 더 쌓인 지금,
그 학생에게 진정 도움이 되는 말은 그런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이렇게 칼럼을 씁니다.




실제로 인터넷에 글로 옮기는 행동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그런 행동이 나오기까지의 상황과 감정은 저도 수차례 겪어보았습니다.
그리고 남들에게 저의 결의를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일기장에 쓰거나, 목표를 종이에 적어서 벽에 붙여놓는 등의 방법으로
저 자신과의 약속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자극들은 일시적일 뿐이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자극이 일시적인 것은 아니지만 공부를 오래 할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주지는 못 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멘토링을 할 때 동기부여가 필요한 학생을 만나면
항상 다음과 같은 레퍼토리로 멘토링을 진행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감정이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그러면 보통 '사랑'이라고 대답합니다.)
"네 맞아요. 근데 사랑 말고는 또 뭐가 있을까요?"
(이러고 나면 보통 대답을 못 합니다.)
"저는 분노라고 생각하거든요. OO님이 사랑을 가장 강한 감정이라고 느꼈던건 사랑 때문에 목숨을 거는 모습들을 많이 봐왔기 때문일거에요. 아이를 구하고자 불길에 뛰어든 어머니,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기 위해 무엇이든 하려는 남자 등등 사랑 때문에 목숨마저 바치는 에피소드는 소설이든 현실이든 참 많아요. 하지만 분노도 사랑 못지 않게 강한 감정이거든요. 역사에서 지금까지 이루어진 혁명들은 모두 분노에서 일어난 것들이에요. '이럴 바엔 죽는 것이 낫겠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목숨을 걸고 억압에 맞서는 거에요. OO님도 분노하세요. 그 대상이 한 개인이든, 한 집단이든, 아니면 이 세상 전체든 뭐든 좋아요. 대신, 냉정하게 분노하세요..(제 경험을 담아서 더 주저리 주저리....)"

이런 식으로 멘토링을 진행하곤 했습니다.
이 생각이 전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닌데,
지금은 생각이 약간 바뀌었습니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이러한 분노로 인한 자극은 일시적입니다.
분노는 분명히 그 감정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엄청난 힘을 주지만,
그 분노 자체가 독이 됩니다.
독이 되어서 스스로를 다치게 합니다.
비유를 하자면,
마치 스테로이드와 같아서 일시적으로는 힘을 주어도 장기적으로는 몸을 망친다고나 할까요 

분노가 준 힘으로 성공을 이루어냈다고 해도 그 성공에서 오는 행복감을 느끼지 못 합니다.
타인을 바라보는 시각이 너그러워지지 못 하고,
공감과 소통의 능력히 현저히 떨어집니다.


이것은 정확히 제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야기입니다.
공신멘토 소개글에 공신이 된 계기란에도 비슷한 이야기를 써놓았는데,
제가 내면에 분노가 굉장히 많은 사람이에요.
제가 품었던 분노는 저 자신에 대한 분노였습니다.
부모님께 너무나 큰 사랑을 받고 있는데 그 기대에 못 미친다는 자책,
(실제로 부모님께서는 제게 뭔가를 바라고 잘 해주신 것은 절대절대 아니지만)
주변 사람들과 끊임없이 비교함으로써 생기는 열등감,
과오를 남긴 과거의 '나'에 대한 자기 혐오,
그것들이 저를 항상 힘들게 하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도 그렇습니다.
아예 그 분노가 성격으로 굳어져 버려서,
왜, '매사에 부정적이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딱 그 표현대로 부정은 긍정을 외면하고 부정만을 보려합니다.
실제로 이 세상에는 긍정적인 면도 적지 않게 존재하는 데 말이죠.

그러면 부정 안에 갇히게 되고,
이내 자신마저 부정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 상태를 남들이 이해해줄거라는 기대나 희망조차 버리게 되어,
나름 괜찮은 척, 행복한 척 가면을 쓰고 자기 스스로를 속이고 살아요.
그게 자신을 부정하는 상태입니다.

그리고 자신을 부정하는 만큼,
다른 존재 또한 부정하게 됩니다.
서두에 말했든 공감과 소통의 부재인 상태가 되는 것이죠.

부정은 부정만을 낳습니다.

그렇게 커져버린 부정 안에 갇혀서
끝없는 열등감과 분노, 자괴감과 절망을 느끼며 살아간다는 것
상상만으로도 끔찍하지 않나요...?

제가 그런 삶을 살고 있다고 해서 동정해달라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저는 항상 말하지만 공신이란 자기 경험을 들려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핵심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역시 이런 이야기를 꺼낸 것이고요.

저는 제 글 아래에 글을 쓰신 공댓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회원님을 비롯해서
전국의 모든 후배님들이 저와 같은 인생을 살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가수 중에 Illinit이라는 분이 있는데요,
일리닛님의 노래 중에 RCLB (Relaxed, Calm, and Laid-back)이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지금 분노를 느끼는 여러분들께 필요한 말이 딱 이거인 것 같아요.
분노를 느낀다면 일단은 휴식을 취하시길 권장합니다.

제가 이번 학기 때 의철학이라는 과목과 글로벌인문학이라는 과목을 수강하면서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에 대해 조금 관심이 생겼는데요,
<니체의 말>이라는 책에서 이런 말이 나옵니다.

"스스로가 한심해지고 사람에 대한 증오가 생긴다면 그저 충분한 휴식을 취하라"

분노는 감정 소모가 심하기 때문에,
분노를 느끼면 합리적이고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힘든 상태가 되어버려
일단은 그냥 쉬라는 것이죠.
(이게 니체의 의도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제 상황에 맞춰서 이렇게 해석을 했습니다.)

분노를 느낄 때는.
그저 쉬세요.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세요.
그것을 이용해서 무언가를 어떻게 해보겠다는 생각,
조금은 위험하지 않나 싶습니다.
여러분들보다 인생 경험을 더 많이 해본 선배로서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 덧붙이자면,
쉬면서 분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되,
그 감정과 경험은 소중히 여기셨으면 좋겠습니다.
왜 그런지에 대해서는 나이를 좀더 먹으면 (제가 굳이 설명을 안 해도) 자연스럽게 아시게 될거라 믿습니다.


Posted by 박현수4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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