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대체로 어른들이 인생 후배에게, 좋은 뜻으로 이런 말을 하곤 합니다.
"좋은 시절이다."
"좋은 때다."
이 말은 지금을 즐기라며,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입니다만,
실제로 그 말을 듣는 당사자는 그리 행복하지 않습니다.
지금이 좋을 때라는 말은
앞으로 내리막길, 혹은 좋지 않은 일만 남았다는 것을 내포하니까요.
오히려 지금 이 순간에 집착하고 싶고 잃어버릴까봐 불안해 집니다.
또 이 말을 들을 때는 자기 나이에 자기 나름의 고민과 생각이 있는 법입니다.
마냥 행복하지는 않죠.
그런데 누군가가 지금 자신의 상태를 '좋을 때다'라고 말하게 되면,
머릿속엔 물음표가 가득차게 됩니다.
도대체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기기에, 지금 이 상황보다 더 고민이 가득하다는 거지?
의문이 들고 걱정스러워집니다.
사실 전 이 말을 유치원 때부터 들었습니다.
그 때 어른들은 이렇게 말을 했죠.
"좋을 때다. 초등학교 들어가면 공부하느라 힘들거다. "
그리고 초등학교 가니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좋을 때다. 중학교 가기 전까지 맘껏 놀아둬라."
그리고 중학교 가니 이런 말을 들었죠.
"좋을 때다. 고등학교 가기 전까지 마음껏 자유를 누리렴."
...
고등학교에서는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좋을 때다. 지금처럼 행복하게, 아무것도 신경 안쓰고 공부만 할 시기가 안 온다. 지금 친구가 평생 친구니...등등.."
입시를 마치고 대학교에 들어가니 1학년 때 선배에게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좋을 때다. 지금 널널하니 많이 놀아둬라. 전공 들어가면 빡세다. "
전공이 한창일 3학년 때는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학부 때 놀아둬라. 대학원 가면 빡세진다."
또 이렇게 하는 말도 들었네요.
"인생의 꽃이 핀 시기다. 전성기다."
그리고 전 대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원으로 왔습니다.
예상하셨겠지만, 대학원에 오니 또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머리가 젊고 마음껏 논문과 책을 읽고 공부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 가장 좋은 시기다."
대학원을 마치고 회사에 오니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결혼하기 전, 첫 직장을 가지고 시간과 자금이 여유로운 지금, 지금이 너의 전성기다."
그렇다면 앞으로 얼마나 비슷한 말을 들을 수 있을까요?
제 기억을 더듬어봐서 몇가지 리스트를 써보았는데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결혼하니 신혼이라서 행복할 때다
-첫 아이를 가졌으니 행복할 때다
-아이가 7살이 되었으면 아이와 함께 나돌아다닐 수 있어 행복할 때다
-아이가 중학생이 되면 이제 어느정도 컸으니 부부가 자유를 가질 수 있어 행복할 때다
-60살이 되면 은퇴하고 행복할 때다
:)
그렇다면 '지금까지 어른들이 말한 대로 그 나이대에 행복했었는가?' 하고 전 자문해보았습니다.
항상 그 나이와 상황에는 그에 맞는 인생의 가치, 배움의 미션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중학교 때나,
지금이나...
그리고 그것에 맞게 경험을 하고 배워가면서 인생을 마주하는 것은
고민스럽기도 했었지만,
행복하기도 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마냥 행복한 때도, 마냥 걱정이 없는 때도 없습니다.
예를 들어 유치원 때를 생각하면 마냥 걱정이 없는 것 같지만,
일기 등등을 보면 그 때도 그 나이에 맞는 고민을 했었습니다.
"내일 유치원에 가야 한다니!"
"오늘 아빠가 놀러가지 않아준다니!"
"오늘 내가 원하는 반찬이 나오지 않았다니!"
ㅋㅋ
사실 고민은 우리가 평생 함께 해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고민은 우리를 힘들게 하거나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행복과 고민은 같은 것입니다.
고민이 없이는 가치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을 수 없고,
가치있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면 행복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항상 행복했었냐고 물어보면, 항상 행복했었다고 답할 것입니다.
결국
'지금이 좋을 때다' 라고 말하는 것은
진짜로 그때가 좋다는 객관적인 사실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너, 지금이 좋을 때다' 라고 말하는 사람의 내면에는
'나는 지금 행복하지 않을 수도 있다.'라는 말이 담겨 있습니다.
현재에서 의미를 찾지 못할 때
왜곡된 과거로부터 추억과 위안을 찾는
일종의 주문인 셈입니다.
만약 지금 이 순간에서 가치를 찾지 못하면
과거를 격하게 추억하게 되고 아름다웠던 시절로만 기억하게 됩니다.
누구도 지금 고민 없지는 않고
누구든지 지금 행복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더더욱 지금, 고민을 하고 행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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