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소위 빌보드라 불리는, 6월 전국모의고사 성적우수자 명단이 붙었다.
혹시나 내 이름이 있을까....
맨 끝에, 언저리라도, 턱걸이라도,
걸치지는 않았을까.......
이런 생각으로 봤지만
눈 씻고 찾아봐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절망스러웠다.
솔직히 이번에는 약간 기대를 했었다.
기대를 한 만큼 실망감도 컸다.
2교시를 마치고, 도시락 급식을 받아서 밥을 꾸역꾸역 먹고 있는데,
갑자기 울컥 하면서 눈물이 나려고 했다.
이번에 만점 영역(혹은 과목)이 4개나 터졌는데.....
도대체 어떤 점수를 받아야 빌보드라는 곳에 오를 수 있는 것인가?
언어에서 7개를 틀린 것이 그렇게나 타격이었나.
하......
도대체 빌보드에 들어가는 놈들은 어떤 놈들인가.
그 녀석들은 괴물인가.
정말 공부만 하는 기계들인가.
난 이게 한계인 것 같은데.
더 이상 올릴 곳이 없어 보이는데.
정말 이번 시험에서 내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곳을 보여줬는데.
내 인생은 어떻게 되는거지....?
벌써 남들보다 2년이나 뒤쳐졌는데.....
도대체 빌보드 드는 놈들은 머리가 어떻게 되어 있을까.
앞으로도 그런 괴물들이랑 계속해서 싸워야 하고,
4개월 후에 모든 것을 걸고 승부를 봐야한다는 현실에 대해 소름이 끼쳤다.
그리고 드래곤볼에서 문득 이런 장면이 떠올랐다.
아마 베지터가 흘린 눈물과 내가 흘린 눈물은 같은 의미의 눈물이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없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여러 학원, 심지어는 알바를 할 때도...
어디에 있든지 상위권에 속했고, 사람들이 나를 대하는 것이 남달랐다.
가끔 심X민, 조X우, 김X현 같은 천재들을 만날 때도 있었지만,
저런 놈들은 어쩌다 있는, 극소수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조금더 노력하면 나중에 따라 잡을 수도 있을거란 생각을 했다.
그런데 지금 강남대성에 와서는,
정말 한계의 벽을 실감했다.
학생 하나하나 만만한 애가 없다.
겉보기엔 찌질해 보여도, 모두다 상당한 실력자들이다.
실제로 5월 모의고사 때, 살짝 삐끗했더니 반석차, 학원석차가 수직하락 해버렸다.
왜 난 안 되지.
난 왜 안 되지.
쟤네들은 나랑 뭐가 다르길래, 쟤네들은 되고 나는 안 되는거지?
가슴이 답답해지고,
교실 속 그 분위기를, 그 날 따라 나는 더욱 견디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갈 곳도 없고, 같이 다닐 친구도 없고, 평소 비오는 데 나가는건 딱 질색인 내가
밥도 대충 깨작대다 버리고 우산을 챙겨서 밖으로 나가버렸다.
혼자서..
그리고 마냥 걸었다.
밖에서 왔다갔다 하며 친구들끼리 시시덕거리면서 저녁을 먹고, 군것질을 하는 등 돌아다니는 애들을 눈에 띄었는데,
대부분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행복, 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 나처럼 인생이 비참해보이지는 않았다.
너무 불공평하다는 생각을 했다.
쟤네들은 저렇게 편하게 공부하는데.
놀 거 다 놀고 공부하는데.
난 왜 집중력이 낮아서 공부 이외의 것들은 모두 포기를 해야 되고,
소심해서 social phobia 때문에 혼자 힘들게 살아햐 하는거지?
너무 억울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았다.
내가 반드시 이길거라고.....
왠만한 고득점으로 어림없으면, 이제 만점을 받겠다는 각오로 공부를 하겠다고....
이런 시련을 겪은 나 자신에게 스스로 보상을 해주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어제, 오늘 정신적으로 너무 피곤해서 사는 것 같지 않은 삶을 살았다.
시험을 잘 보고 못 보고를 떠나
빌보드에 들고 못 들고를 떠나
언제까지 이렇게 열등감을 넘어 절망에 빠져 있는 삶을 살겠는가.
이제는 가슴에 불을 지피고 희망찬 내일을 살도록 해야한다.
P.S 진지하게 눈물로 쓴 글인데, 읽어보니 사진 때문에 웃기네......
저 장면이 내 심정을 잘 대변해주고 있어서 첨부한건데....-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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