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현재 나의 1차적 목표는 제2의 구본석이 되는것이다.
지금 내 상황은 3년 전의 구본석 공신님과 상당히 유사하다.
(물론 구본석 공신님처럼 고교 시절 전교 1등을 한번도 안 놓치거나, 현역 때 만점에 가까운 대박을 터뜨린 것은 아니다. 다만 성적 패턴이나 상황이 유사하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알바중에 이 글을 작성하고 있다는 것까지도!)
나는 예비 삼수생이다.
재필삼선이라는 말도 있듯이, 재수 정도는 누구나 하지만 삼수 이상은 그 수가 너무 적어서 뭉뜰그려 N수라고 칭하는 계층이다.
현역 때는 연세대학교에 의예과, 치의예과, 화공생명공학과를 제외한 모든 학과에 합격할 수 있는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목표가 오로지 '의대'였던 나는, "안 되면 재수하지 뭐"라는 생각으로 세 군에 모두 지방의대를 썼다.
그리고 예상대로 모두 낙방하였다.
그리고 강남대성 주간종합반 자연4반에 무시험 선착순 전형으로 등록을 했다.
다녀본 사람은 알겠지만 강대의 시설을 상상을 초월한다.
학교 교실과 비슷한 면적에 학생수는 두배가 들어간다.
옴싹달싹을 못 한다.
화장실에 세면대는 하나다.
점심 시간에는 양치하려고 선 줄이 화장실 밖으로 나와 복도에 장사진을 이룬다.
환기도 잘 안 된다.
앞자리에 앉은 학생은 분필 가루를 다 마신다.
결국 남들은 가고 싶어도 못 가는 강남대성을 내 발로 기어나왔다.
처음 다닌 날부터 자퇴서를 쓰고 나오는 날까지, 겨우 3주의 시간이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불거져 나왔다.
시설 때문에 학원을 때려치는 그런 썩어빠진 정신 상태로는 어떤 것을 해도 안 되는 것이었다.
그러한 정신 상태로, 나태와 편안함에 대한 유혹에 빠져 재수실패하였다.
원서철이 되니 평소에는 전혀 생각도 안 하던 대학을 알아보고 있는 나를 발견하였다.
본석님의 글 [이렇게 하면 필패한다]에서 공감 100%인 문구가 있다.
(글 전체가 공감이 되긴 하지만 특히 이 부분에서 요즘의 내 심정을 정확히 표현해주었다고나 할까.)
"사람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누군가가 그 기대에 배신을 하게 되면 세상에서 버려진다......."
본론1: 다 핑계다. 자기합리화는 이제 그만!
나는 약 두 달 전, 공신닷컴에 수능후기를 올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말도 안 되는 구절이 있다.
"제가 감히 '공부 자체'에서 열심히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만,(실제로도 아니구요.저 공부 별로 열심히 안 했어요.)
저는 저에게 주어진 위치에서, 그 상황 속에서 최선을 다 했습니다."
수능을 준비하는 학생에게는,
'공부'가 인생의 전부이다.
저 말은 모순인 것이다.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고서는 (그 상황 속에서) 최선을 다 했다는 말을 할 수 없는 것이었다.
난 그렇게 멍청했다.
이건 멍청한 것도 아니고 비겁한 것이다.
난 1년에 가까운 시간을 수많은 자기합리화로 채우고 살았다.
예를 하나 들어보겠다.
어떤 한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나를 좋아한다고 했었다.
처음에는 나 없으면 안 된다고, 나한테만 집중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은 보이지도 않는다고, 등등 별의별 소리를 다 들었다.
그러다가 어느날 갑자기 태도가 바뀌었다.
난 미칠것만 같았다.
태어나서 그런 일은 처음 있는 일이라 어떻게 해야될지를 모르고 당황하고 난감하기만 했었다.
그냥 무시하고, 쿨하게 넘어가야만 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난 그것을 내 성격 탓이라고, 만약 그렇게 하면 그 이후 기간동안 난 공부에 더 집중을 하지 못 할거라고 생각했다.......
이것은 하나의 예일뿐, 수험생활(여기서 '수험'은 생략 가능)에 대한 attitude가 그랬다.
그런 식으로 자기합리화로 채워진 나의 삶은 나에게만 느껴지는 환각이었다.
(그 당시에는 알고도 도피한 것인지, 그냥 그것을 정말 받아들였는지, 그때의 심정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지금 말하고자 하는것과 다른 얘기이기도 하고.....)
결국 11월 18일 수능시험을 치렀고, 12월 9일 성적표가 나왔다.
진실을 알게 되면 그 동안 거짓으로 지탱되어 오던 모든 것이 무너진다......
본론2: 나를 고이게 하여 썩게 한 근거 없는 자신감
지난 한 해-어쩌면 그 전에도- 나는 '요란하기만 한 빈 수레'였다.
공부에 대한 마인드를 잡겠답시고 공부하지 않는 시간, 즉 쉬는 시간 또는 자유 시간에는 공부법, 자극이 되는 명언들, 자기계발서(의 발췌부분), 철학이나 심리 관련 자료 등등을 찾아보았다.
겉보기에는 그럴 듯 하다, 공부 시간에는 수능 공부에 집중을 하고, 그 외 시간에도 공부는 아니지만 공부 관련 일들을 하고 있었으니.......
그러나 그 방법이 잘못 되었다.
내가 그 과정에서 깨달은 것들은 정말 깨달은 것들이 아니었다.
멋있어 보이는 말들, 그럴 듯한 말들을 마치 내가 스스로 터득한 것인냥 '착각'했다.
그리고 그 것들로 나 자신을 포장하면 주변 사람들은 나를 높이 평가했다.
그런 평가를, 나는 은근히 즐겼다.
마치 내가 무언가를 이루어 낸 사람처럼........
그 기분들은 나에게 일종의 성취감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그것은 '진짜' 성취감이 아닌 '변질된' 성취감이었다.
이도저도 아닌, 그저 나의 정신을 썩게 하는 마약과 같은 감정이었다.
그런 섣부른 성취감(사실은 성취감도 아니지만!) 때문에 나는 공부에 노력을 덜 쏟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이 중요한지를 망각한 채, 주객이 전도된 삶을 살았다.
가치판단을 할 줄 모르는 무지함과 왜곡된 성취감으로 인한 자만감.
이것이 내 수험생활 실패의 두번째 패인이다.
본론3: 내가 주인이 아니었던 내 삶
나는 타인의 시선에 지나치게 신경을 많이 쓴다.
정말 심각하게 많이 쓴다.
조금만 당황스러운 상황이 생겨도 얼굴이 빨개지고, 숫기 없고, 수줍음 많고, 나에게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를 크게 받아들이는 성격 때문이다.
공부에서 뿐만이 아니라 생활 전반에 걸쳐 매사에 그렇다.
또 예를 하나 들어보겠다.
고등학교에 처음 올라와서 친구들끼리 놀러다니며 친해질 시기였다.
어느 날 약속이 있어서 나갔는데 한 친구가 '요즘 누가 이런 바지를 입냐'고 지적을 했다.
그 순간, 나는 너무 창피하고 어쩔 줄을 몰라했다.
난 그 날 이후로 그 바지를 입은 적이 단 한번도 없다.
그게 벌써 4년 전 일인데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아버지와 아들이 당나귀를 사서 걸어오고 있다.
이 모습을 본 아이들은 그들이 당나귀를 타지 않는다는 사실을 비난한다.
이에 아들은 당나귀에 타고 아버지는 걷는다.
그러자 노인들이 이 모습을 보고 어른에 대한 예의가 없다며 아들에게 내려오고 아버지를 태우라고 야단을 친다.
아버지가 당나귀를 타고 아들이 걷자 이번에는 지나가던 부인네들이 아버지에게 자녀에 대한 사랑이 없다고 비난하다.
두 사람이 당나귀를 타고 가자 거리에 있던 동물 애호가들은 당나귀를 너무나 혹사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이 말을 듣고 아버지와 아들은 장대에 나귀를 매달고 들고 가게되었다.
다리위에 다다랐을때, 당나귀가 발버둥치면서 나귀는 강물에 떨어져죽고말았다.
줏대없이 살다간 아무것도 안 된다.
말 그대로 죽도 밥도 안 되는 것이다.
내 인생의 주인은 나다.
타인이 내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매 순간 '이거 얘 때문에 그랬어', '얘가 뭐라고 할까봐 겁나' 이런 식으로 핑계거리를 대면 한도 끝도 없다.
(이 부분은 본론1 중 한 종류로 볼 수 도 있다.)
핑계거리가 아니라 치자.
정말 '그 들' 탓이라고 하자.
그러면 어쩔건데?
'그 들'은 절대 내 인생을 책임져 주지 않는다.
결국엔 내가 책임져야 하는 것이고, 내가 하류인생을 살 수 밖에 없는것이다.
나 혼자만 열심히 책임전가하고, 난 해낼 수 있'었'던 사람이라고 실컷 떠들어 봤자,
달라지는건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 난 그렇게 작년 1년을, 아니 20년 평생을 살았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
나는 내 길을 가야한다.
남들의 시선, 비난 따위는 신경 쓰지 말아야 한다.
결론: 그래서 공부한다.
난 내가 너무 싫었다.
원래부터 열등감이나 자기혐오가 심한 성격에다가,
수능 직후에는 패닉 상태에 빠져 부정적인 생각으로만 머리가 가득찼다.
그리고 어느날, 우연히 인터넷에서 이 광고카피를 보고 생각했다.
'내가 왜 이 고생을 하고 있지?'
'의대에 가서 존경받는 훌륭한 의사가 되려고 그러지.'
'지금의 나는 미래의 나가 잘 되길 바라는구나!'
사실 나는 나를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라.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 모두는 우리 자신을 사랑하고, 잘 되길 바란다.
단지, 그 과정에 있어서, 시련에 부딪힐 때도 있고 좌절할 때도 있는 것이다.
그 때 나는 내 능력이 부족함에 몸서리쳤다.
게다가 주위를 둘러보면 나보다 잘난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난 왜 저렇게 못 하지?'
결국 이것이 열등감과 자기혐오로 이어졌고, 아예 굳어져서 내 성격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나, 박현수는 지금 이 시간부로 달라질 것을 나 자신과 불특정 다수에게 약속한다.
공부하는 마음가짐을 바꿀 것이다.
나는 나를 사랑하니까, 공부하고 도전한다.
나는 나를 사랑하면서, 공부하고 도전한다.
삼수, 어쩌면 남들보다 뒤처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성공하고 싶기 때문에,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싶기 때문에,
현실과 타협하지 않겠다.
나는 포기가 무엇인지 모른다.
난 아직 젊으니까.
실패가 두렵지 않다.
실패를 겁내서 시도조차, 도전조차 할 수 없게 되는 것이 두렵다.
난 이미 두번의 멋진 실수를 했다.
그 '멋진 실수'를 통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입시 자체에서는 실패했지만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깨달은 점이 많다.
그 배운 것들을 토대로, 올 해는 반드시 성공해보이겠다.
You can learn a little from victory; you can learn everything from def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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