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일입니다.
당시 여자친구와 서울대공원을 갔습니다.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갔죠.
그러나 서울대공원에 도착한 순간, 전 카메라 배터리를 집에 놓고 왔음을 깨달았습니다.
전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으며 억지로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ㅠ
쓸모없어진 카메라는 어찌나 무겁던지..

그리고 2주일 전 일입니다.
저는 메구로 구(일본)의 여러 명소를 도는 투어를 신청해 갔습니다.
저는 이번에도 같은 카메라를 들고 갔고, 자신있게 카메라를 찍으려는 순간, 전 깨달았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카메라 배터리를 안 가져온 것이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제가 배터리를 안 가져온 적은 이 외에도 두번이나 더 있었습니다.

이런 일이 앞으로 또 일어날 수 있을까요?

전 분명히 압니다.
제가 같은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 두 번 일어났던 일은 반드시 다시 일어난다 "





이는 너무나도 유명한 소설, <연금술사>에 나오는 말입니다.


한 번 일어난 일은 어쩌다가 생긴 일일 수 있지만,
하지만 두 번 이상 일어난 일은,
필히 문제가 재발할 이유나 과정이 있기 때문에 일어난 것입니다.

이 말은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너무나도 당연한 말입니다.


전 카메라를 챙겨가기 전에 배터리를 챙기는 것을 체크하지 않았고,
그래서 계속해서 잊어버렸던 것입니다. 



하지만 너무나도 이상하게 우리는 매번 그 사실을 잃어버리는 것 같습니다.
나 자신이 정신만 차리면 다음부터는 그런 일이 안 일어나리라고 기대합니다.
그리고 같은 일이 일어나고서야 후회합니다.


역시 누군가는 정신 좀 차리라고, 네 멘탈이 문제라고 독설을 합니다.

저 역시 멘탈이나 정신력을 중요시하게 여기긴 하지만,
그것이 전부인 것처럼 독설을 하는 것은 해결책이 아닙니다.
오히려 윽박만 지르는 사람은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사람인 경우가 많습니다.


정신을 차리면 된다는 말은,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말과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매번 정신을 빳빳하게 차리고 살 수는 없기에, 매번  정신 차릴 수도 없습니다.





같은 일이 일어나는 것을 피하려면,
정신을 차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한번 했던 실수가 다시 일어나지 않기 위해
우리가 바꿔야 할 것은 
우리의 정신상태가 아닙니다.

바로 우리의 행동입니다.


그렇다면 한번 일어났던 일을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방지하기 위해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해야 할까요?

대표적으로 실수하는 세 가지 상황과,
그에 대한 해법을 부족하게나마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잊어버리는 실수상황  : 체크리스트




삼각형의 넓이를 구할 때 1/2를 곱하지 않아서 틀린 적이 있지 않나요?
4*A를 구하라고 하는 문제에서 A를 구해서 틀린 적이 있지 않나요?

이건 여러분의 잘못이 아닙니다.
인간이 약한 것일 뿐이죠.
인간은 단기기억장치가 작아서, 항상 인지에 한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이렇게 뭔가를 잊어버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첫번째 방법은 체크리스트입니다.

물론 체크리스트를 만든다는 것이 식상하고 진부한 방법처럼 들릴 여지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만,

제 경험상 이것은 사실 굉장히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카메라 배터리를 놓고 오는 것을 빼먹지 않기 위해,
카메라를 가져갈 때 해야 할 체크리스트를 만들었습니다.

  • 배터리 챙겼는가? 챙겼다면 배터리는 충전이 되었는가?
  • 메모리카드 챙겼는가? 챙겼다면 메모리카드 용량은 적당한가?
  • 플래시는 필요한가? 필요하다면 챙겼는가?
  • 삼각대는 필요한가? 필요하다면 챙겼는가?

전 나가기 전에 이런 체크리스트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그 이후로 전 더 이상 같은 실수를 하지 않았습니다.




수학문제를 풀 때도 마찬가지의 원칙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것이죠.

*Check : 문제에서 구하라는 것을 제대로 구했는가?  

-->4*A를 구하는 문제인데 A를 구하고 답을 써버리는 실수를 방지

*Check : 삼각형의 넓이를 구하는 문제가 나왔다면, 1/2를 곱했는가?

-->삼각형의 넓이에 1/2를 안 곱하고 답을 써버리는 실수를 방지

이렇게 하면 수학 실수를 대폭 줄일 수 있습니다.




+
혹자는 '카메라를 챙겨가기 전에 배터리를 확인하는 습관을 만들자' 라고 말하는데,
습관을 만든다는 것은 부담스럽게 다가옵니다. 
제 경험상 이렇게 가볍게 체크리스트만 만들고 그것을 지키려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습관이 됩니다.




2. 유혹에 빠지는 실수상황 : 방아쇠 없애기


오늘 집에 와서 숙제해야 했었는데 하루종일 컴퓨터만 했습니다.
이런 자신이 싫어 자책합니다.
당연하게도 저도 그런 경우가 셀 수도 없이 많습니다.

이럴 때에는 '다음부턴 잘해야지!' 하고 다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런 행동을 하게 만드는 첫번째 신호, 즉 방아쇠를 없애야 합니다.
(이것은 제가 예전에 올린 '자기제어장치' 칼럼과도 상통합니다.)

지금 제가 타이핑하고 있는 노트북은 책상 위에 있습니다.
전 컴퓨터가 앞에 있으면 절대 공부를 못합니다.
어느 순간 전 노트북을 열고 인터넷을 하고 있습니다. 
전 컴퓨터 앞에서 공부를 하는 시도를 수십번 했지만, 단 한번도 제 본능을 이긴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전 노트북을 아예 보이지 않는 옷장 안에 박아둡니다.
아니면 아예 도서관에 가 버립니다.
그럼 전 저의 무의식적인 행동을 막을 수 있습니다.

자신이 유혹에 빠지는 것이 싫다면,
유혹에 맞서 싸우는 대신,
유혹이 보내는 '첫번째 신호'를 없애길 바랍니다.

물론 이것이 모든 유혹을 없앤다고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만약 리니지 폐인이 있다면, 피시방을 가서라도 어떻게든 리니지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가치있어하는 일'을 하기 위해, 유혹을 이겨내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3. 기타 실수상황 : 상황 바꾸기



위의 대표적인 두가지 케이스 외에도 우리는 여러가지 종류의 실수를 합니다.
그런 경우에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환경, 절차를 바꾸는 것입니다.

실수를 한다는 것은 여러분이 주의를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실수가 남발되도록 상황이 조성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저는 자전거 열쇠와 집 열쇠를 따로 놓고 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루는 자전거 열쇠를 가져왔는데 집 열쇠를 놓고 오는 경우가 있었죠
이런 것의 해결책은 '둘다 가져와야지!' 하고 하는 것보다도,
두개를 하나의 열쇠고리로 묶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아예 상황을 다르게 만든 것입니다.

만약 아침마다 준비물을 챙기는 데 까먹는다면,
아침에 준비물을 챙길 때 '정신 차려야지' 생각하는 것보다도,
전날에 생각나자마자 준비물을 챙기도록 하는 식으로 자신의 행동 절차를 바꾸면 됩니다.


이렇게 자신의 상황을 바꾸려고 하면 자신도 놀랄 정도의 창의성이 나옵니다.


(위의 아이디어는 자꾸 포크를 떨어뜨리는 누군가가 제안했겠죠 ㅎ)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신을 잘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과거를 왜곡시키고, 자신은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착각에 빠져선 어떤 것도 해낼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번 칼럼은 실수를 줄이는 방법에 대해 썼지만,
실수 때문에 너무 자책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앞에서 말했듯, 실수는 여러분이 나약하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이 나약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리고 오히려 그런 실수 때문에 위축되거나 기가 죽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더 나쁜 것이라 생각합니다.

인간이 만든 옹졸한 점수나 등수, 주변 사람의 말 한마디 등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그 틀에 여러분의 잠재력을 제한하지 않아도 됩니다.
전 사람이 한 사람의 틀을 깨고 급격하게 변하는 것을 너무나도 많이 봐 왔습니다.

어느 누구에게도, 어떤 상황에서도 기죽지 말고,
마지막까지 에너지를 잃지 않길 바랍니다.

저도 함께 분발하겠습니다. 

Posted by 박현수4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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