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한 1달 정도 동안 글을 썼다 지웠다 썼다 지웠다 했던 글을 오늘은 좀 완성을 하고 싶어서 이렇게 PC를 켰습니다.
There is no free lunch!(원래는 there is no such thing as free lunch라고 하더군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입니다.
의역을 하자면 세상에 공짜는 없다.란 뜻이죠.^^
전 요새 들어서 이 말에 크게 공감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글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서 제 대학 생활 이야기를 좀 해드릴까합니다..
전 02학번입니다.
21세기 초의 학번으로, 통칭 월드컵 학번, 산소 학번(산소의 분자구조 O2)라고 불렸던 학번입니다.
사실 지금은 공신들이 대학 신입생들이라도 참 열심히 공부합니다만,
제가 대학교 1학년 때는 정말 신나게 놀아제꼈습니다.ㅎㅎ
어느 정도인가하면...
대학 1학년 때, 서울대 학교 본부 앞에 있는 넓은 잔디밭(통칭 총장잔디)에서 오후 2시반부터 막걸리를 먹어서 해가 뜨는 것을 본 적도 있었고,
새벽 1시에 친구들이 술먹고 있다고 전화가 와서 녹두에 가서 술을 퍼먹고 아침 9시 실험에 술에 취한채로 들어간 적도 있었습니다.
학부 수업 중에서 첫날 수업 들어가고, 중간고사 보러들어가고, 기말고사 보러 들어간 과목이 2개.
시험 전날 밤새 술먹고 시험치러 들어간 과목 1개.
200명 강의의 3번째 줄에 앉았다가, 친구가 당구치러 가자고 해서 교수님이 앞에 계심에도 불구하고 유유히 뒷문으로 나가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 때는 좌절도 많이 했습니다.
공부를 거의 안 했음에도 불구하고, 공부를 한다고 착각해서...
공부를 그래도 하긴 하는데 왜 학점이 안 나오는 것일까...
똑같은 것을 배우는데 친구 저 놈은 이해를 참 잘하는데, 왜 난 이해가 안 되지?
교수님이 칠판에 쓴 저 라틴어인지 그리스 문자는 뭐라고 읽는거야...(사실 전 아직도 3학년 전공과목에 나오는 그 이상한 글자를 읽지는 못합니다.)
아..공부는 내 길이 아닌가보다.
뭐 이런 생각을 하면서 시간을 잡아먹기도 했습니다.
사실 운이 좋은 것인지 운이 좋지 않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대학 시절 친했던 친구 후배들은 지금 다 유학을 간 사람들입니다.
그들 틈바구니에서 같이 공부를 하다보니까 자격지심도 많이 느꼈고, 내가 참 보잘 것 없는 존재가 아닌가..이런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저라고 항상 자신만만하게 산 것은 아니었죠.^^
사실 저 때는 학교가 다니기 싫었습니다.
차라리 군대를 갈까도 했지만 군대도 가기 싫었고, 이냥저냥 놀았고,
좀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현실을 회피했던 시절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물론 그 때의 즐거움이 지금의 저를 형성함에 있어서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는 것은 아닙니다.(저 때가 없었다면 지금의 안창영도 없습니다.)
그렇게 학교가 다니기 싫던 저는,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시기를 맞이했습니다.
바로, 어깨 수술을 받고 휴학을 했던 시기였죠.
학교는 다니기 싫고, 휴학은 하고 싶지만, 부모님을 설득할 재간은 없고,
그래서 이냥저냥 학교를 다니던 저는 어깨수술을 계기로 휴학을 하게 됩니다.
사실 뭐 이건 좀 부끄러운 것이지만, 어깨 수술을 하기로 결심하고 집에 내려갔다 올라왔는데,
수술하고 완치까지 10일이면 된다고 해서 사실은 휴학은 안 해도 됐었는데....
저 얘기 들었던 날, 다음날까지 내야했던 기계공학실험1의 레포트를 다 쓰지 않아서 레포트를 안 쓰고 휴학원을 썼습니다.ㅎㅎ
지금 생각하면 참 비겁했던 것 같네요.(아 부끄러.)
제가 휴학을 하고 나서 한 것은 딱 2개였습니다.
1. 운동하면서 살 빼기
2. 칭기즈칸 3(4였나..KOEI에서 나온 게임 있어요.)
아직도 기억합니다.
휴학을 하고 집에 내려갔던 때는 10월 2일.
집에서 수술 스케줄 잡고 이래저래 돌아다니던 저를 보다 못한 어머니께서 살이나 좀 빼라 해서 헬스장 등록한게 10월 24일입니다.
그 때 헬스장 등록한 날, 제 체중은 124kg이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복학을 하고 서울에 올라가기 직전인 2월 24일에 제 체중은 84kg이었습니다.
딱 4개월 간, 40kg을 뺐던거죠.
참고로 칭기즈칸4에서는 고려로 시작해서 천하통일했습니다.(세계 통일이죠.ㅎㅎㅎㅎ)
저 때 제 하루일과가...
아마, 아침에 일어나서 밥 먹고, 칭기즈칸 좀 하다가 점심 먹고,
오후 2시쯤에 운동하러 가서, 26.6km 정도 걷고 웨이트도 하고 뭐 이러고 집에 오면 저녁 10시고, 집에 와서 또 칭기즈칸..ㅎㅎ
뭐 이렇게 살았던 4개월 동안 전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크게 품었던 생각은...
내가 정말 공부를 했던가. 이 생각이었습니다.
이 때가 3학년 2학기를 휴학하고 내려갔을 때였는데 생각해보니까 2학년 1학기부터 3학년 1학기까지는 공부를 안 한 것 같더군요.
그래서 제대로 해보자..라고 결심하고 복학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때부터 제 대학 생활 중 가장 힘들었던 2005년 1학기가 시작이 됐습니다.
그 때 2학년 1학기 때 들었던 과목과 3학년 1학기 때 들었던 과목들을 재수강을 했습니다.
수업 시간에는 맨 앞자리에 앉아서 교수님이 말씀하시는 내용을 다 적어보고,
매일 그 날 배운 내용을 복습을 했습니다.
기숙사에 살았던 저는 시험 기간에는 저희과 건물과 기숙사를 왔다갔다하는 시간이 아까워서 학교에서 잠을 잤습니다.
주말에만 기숙사 방에 빨래하러 갔었죠.
재밌었던 것은 이렇게 하니까..공부가 정말 잘 되긴 하더군요.
그 때, 전 1과목 강좌탑. 2과목 강좌2등. 나머지 3과목 A0를 받으면서 재수강에 성공했었습니다.
그런데..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저렇게까지 했어야 했나 싶지만,
그 때의 일기장들을 보면..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대학교 공부도 고등학교 공부랑 좀 비슷한데..
과목 간의 연계가 좀 있는 편입니다.
그런데 저학년 때 실컷 놀아준 덕분에 3학년 되니까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죠..
네.
이제 제가 하고 싶은 얘기를 조금씩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전 대학교 1학년, 2학년 때 남부럽지 않게 놀았습니다.
당구는 대학교 들어갈 때 아예 못 쳤었는데, 대학교 3학년이 되었을 때는 300을 쳤습니다.
위닝도 대학교 들어갈 때는 아예 못 했었는데, 대학교 3학년 때 신촌 플스방에서 열린 플스 대회에서 준우승도 해봤습니다.
대학교 1,2학년 때 먹은 술은 뭐 셀 수도 없구요.
동아리 활동도 실컷 했습니다.
학생회장도 했었고, 학생운동에 심취해서 어떻게 하면 이 사회를 좋게 바꿀까를 가지고 밤새도록 술 먹으면서 친구들과 얘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제가 대학교 1학년 2학년 때 하지 않았던 것은 단 하나. 공부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전 그렇게 신나게 놀아제꼈던 대가를,
2005년에 대학교 4학년이 되어서 치뤘습니다.
기숙사에 갈 시간도 아까워했어야 했고,
밤을 새는 날도 빈번했어야 했고,
CC였던 여자친구를 만나러 학교 아래로 갈 시간도 없어서(기계과는 전기과, 화생공과 함께 윗공대라는 곳에 있어서...)
여자친구랑 헤어지기도 했고..
같이 수업을 듣던 후배들은 한 번만 들어도 이해가 되던 것들을 저는 2번 3번 4번을 봐야 이해가 될 정도로 머리도 굳어버렸습니다.
그리고 그 때 정말 치열하게 반성했던 것 같습니다.
음..
여러분은 항상 여러분들이 하는 행동에 대한 비용을 치뤄야 합니다.
그 비용이라는 것은 돈이 아니라 시간과 노력입니다.
지금 여러분들이 응당 해야 할 노력을 한다면..
그것은 비용을 지불한다고도 할 수 있지만,
저는 그것을 저금을 한다고 봅니다.
반대로,
지금 여러분들이 응당 해야 할 노력을 하지 않고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단순히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무시무시한 이자율의 사채를 끌어다쓰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지금 하는 노력과 그 노력을 하는 시간은 분명히 달콤한 열매로 여러분에게 돌아오게 될 것입니다.
그것도 꽤나 긴 시간이 지난 다음에 말이죠.
그래서 이것은 저축의 개념으로 봅니다.
하지만 지금 해야 할 노력을 다하지 않은 경우에는 긴 시간이 지난 후 후회라는 쓰디쓴 독으로 여러분에게 돌아오게 됩니다.
그리고 그 쓰디쓴 독을 해독하기 위해서는 지금 해야 할 노력의 몇배가 더 들어갑니다.
아마..
지금 많은 고3, 재수생들이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 후회를 하고 있을 것입니다.
물론 하지 않고 있은 분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하고 있을 것입니다.
"내가 그 때 왜 놀았지?"
"내가 왜 그 때는 지금 이럴 것을 몰랐지?"
"난 왜 그랬을까?"
"아..다시 1년 전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이런 생각을 많이 할 것입니다.
미안합니다.
정말 미안하지만 여러분들이 그럴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제 때 그 비용을 치루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뒤늦게 이자가 붙은 비용을 치뤄야 하는데,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안 되기 때문에 더 서글픈 것입니다.
사실 이 글은 고3, N수생 분들이 보면 염장을 뒤집는 글이 아닐까 싶고,
또한 고1,2들이 봐봤자 아직 겪어보지 못 했기 때문에 이 글이 별로 와닿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전 이 글을 고3이나 N수생 분들은 꼭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지금,
과거에 지불하지 않았던 비용을 지금 지불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면,
또 다시 비용을 치뤄야 할 날이 올 것입니다.
그리고 그 때는 정말 감당할 수 없을 것입니다.
사실 지금이 가장 손쉽게 과거에 졌던 그 빚들을 청산할 수 있는 때입니다.
대학에 가서 열심히 하면 되지.라고 생각하시죠?
애석하게도 그런 당신은 대학에 가서도 그 비용을 분명히 지불하지 않을 것입니다.
대학에 가서는 나중에,
취업할 때,
군대 갔다와서,
3학년 때, 4학년 때,
뭐 이러면서 계속 지불을 유예할 것입니다.
여러분,
여러분이 치뤄야 할 비용을 지불하는 것을 미루는 것은 단순히 지불 유예가 아닙니다.
지금 그나마 쉽게 치룰 수 있는 비용을 더 크게 만드는 것에 불과합니다.
제가 장담하건대..
고3이나 N수생 여러분들이 지금 치뤄야 할 비용을 다 치루지 못할 가능성이 참 많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비용을 지불하지 않을 생각을 하시면 안됩니다.
지금 비용을 지불하는 그 습관을 들이시지 않으면 나중에 훨씬 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에는 결국 그 비용들을 지불하는 것을 포기하고 살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 순간이 바로 여러분이 인생을 아예 포기하는 순간입니다...
제발.
여러분이 그러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지금 여러분이 노력 없이 대가를 바라는 것은 공짜를 바라는 거지 근성입니다.
그 거지 근성을 버리고 정당하게 비용을 지불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
그것이 바로 여러분이,
적어도 입시에는 실패할지언정,
인생에서는 성공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긴 글 읽어주시느라 참 수고 많았습니다.
감사합니다.
힘내세요.